공무원 필수 현대 시 " 57.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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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우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 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단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 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우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예 사랑이 피 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해설

- 이 시는 과거에서 현재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순수함과 열정을 읽어가는 소시민의 삶을 다루고 있다

또 이미 지나가버려 기억 흔적만 남은 다시는 돌아 갈 수 없는 젊은 날의 열정과 순수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 슬픔을 줌

 

1연

- 별똥별 : ( 긍정적 ) 순수한 열정

- 1연 주제 : 젊은 날의 순수한 열정

 

2연

- 2연 주제 : 16년 후의 동창 모임

 

3연

- 플라타너스 : ( 긍정적 )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음

- 3연 주제 : 중년의 소시민적 삶에 대한 부끄러움

 

과거 : 열띤 토론, 때묻지 않은 고민    --> 순수한 열정의 삶

현재 : 떠도는 이야기,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 순응 안주

 

핵심 정리

- 성격 : 반성적, 회상적, 서사적

- 제재 : 소시민적 삶

- 주제 : 소시민적 삶과 의식에 대한 부끄러움